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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젯이냐 레이저냐, 그 앞에 물어봐야 할 것

글쓴이 · 가전픽
미니멀한 오피스 책상 위에 놓인 흰색 프린터

재택근무를 하면서 프린터를 새로 들일 때 흔히 밟는 경로가 있다. 지인이 "무한잉크가 유지비 싸다"고 하면 그 말 하나로 잉크젯 복합기를 고른다. 그리고 몇 달 뒤 노즐이 막힌다. 헤드 클리닝을 세 번 돌리면 잉크가 절반 가까이 줄어 있는데, 정작 뽑은 건 50장도 안 된다. 이 글은 그 결정이 왜 어긋나는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를 월 15~20장을 뽑는 재택 환경 하나를 기준으로 따라간다. 잉크젯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 중이라면, 방식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노즐이 막히는 건 설계 문제가 아니라 사용 방식 문제다

잉크젯 프린터는 액체 잉크를 미세 노즐로 분사하는 구조다. 노즐이 공기에 노출된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잉크가 굳기 시작하고, 이 상태를 방치하면 막힘으로 이어진다. 제조사도 이 점을 알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출력할 것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 서명과 가끔 아이 학습지 정도만 뽑는 환경이라면 실제 장수는 월 15~20장에 그친다. 이 빈도면 노즐이 건조해질 틈이 충분하다. 막힌 노즐을 복구하려면 헤드 클리닝을 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잉크가 꽤 줄어든다. 인쇄를 거의 안 했는데도 잉크는 줄어가는 구조다.

레이저 프린터는 이 문제가 구조적으로 없다. 분말 형태의 토너를 열로 용지에 굳히는 방식이라, 오래 방치해도 막힘이 생기지 않는다. 한 달 출장을 다녀와서 켜도 바로 출력된다. 출력 빈도가 낮은 환경에서 레이저가 유리한 이유가 여기 있다.

월 인쇄량 20장, 무한잉크가 오히려 손해인 이유

무한잉크 잉크젯은 별도 잉크 탱크에서 헤드로 공급하는 구조라 카트리지 교체 비용이 없고, 리필 한 병으로 수천 장을 뽑을 수 있다. 자주 쓰는 환경에서는 확실히 장당 단가가 낮다. 그런데 "자주"라는 전제가 빠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한잉크도 헤드는 잉크젯 방식이라 건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탱크에 잉크가 가득 차 있어도, 오래 쉬면 헤드가 마른다. 클리닝을 돌려야 하고, 심하면 수리나 헤드 교체가 필요한 상황까지 간다. 월 50장 이상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무한잉크의 비용 절감 효과는 계획보다 훨씬 작아진다.

무한잉크 잉크젯의 초기 구매가는 일반 잉크젯보다 높다. 30만~40만원대가 주된 가격대다. 자주 써야 이 비용을 2~3년 안에 회수할 수 있는데, 자주 안 쓰면 초기 비용만 지출하고 절감 효과는 못 누리게 된다. 월 15~20장 환경이 빠지는 함정이 정확히 여기다.

편의점 출력이 진지한 선택지가 되는 구간

월 20장 이하인 사람에게는 프린터를 아예 안 사는 것도 선택지다. 편의점 출력 서비스 기준으로 흑백 1장에 100~200원 수준이다. 연간 200장을 편의점에서 뽑으면 2만~4만원이다. 여기에 스캔이 필요하다면 편의점 복합기로 처리할 수도 있다.

반면 잉크젯 입문형 프린터는 6만~10만원대에서 시작하고, 카트리지 잉크 한 세트 교체에 3만~5만원이 든다. 저빈도 사용자는 잉크 건조로 클리닝 소모가 생기니 연간 한두 번 교체는 각오해야 한다. 2~3년 총비용으로 보면 편의점 출력과 비교해서 딱히 아끼는 게 없거나 오히려 더 드는 경우가 나온다.

편의점 출력이 불편한 지점은 당장 급할 때 나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스캔을 자주 해야 한다면 매번 다녀오기 번거롭다는 것이다. 이 불편을 감수할 수 없다면 그때 레이저 복합기를 사면 된다.

이 조건에서 머릿속으로 따져가는 순서

앞에서 잡은 조건, 그러니까 월 15~20장에 컬러는 가끔 필요하고 스캔은 자주 하는 환경에서 판단이 어떻게 갈리는지 순서대로 짚어보자.

첫 번째로 물을 건 컬러 필요도다. 월에 한두 번 아이 과제 프린트에 컬러가 필요한 정도라면, 그 몇 장을 위해 무한잉크 잉크젯을 살 이유가 있을까. 그 몇 장은 편의점에서 뽑는 게 낫다. 레이저는 흑백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여기서 난다.

두 번째는 스캔이다. 재택근무 중 계약서 서명이 달에 서너 번 생긴다면 매번 편의점까지 가서 스캔하기는 번거롭다. 복합기여야 한다. 레이저 흑백 복합기는 15만~30만원 안에서 선택지가 나온다.

세 번째는 무선이다. 책상 한켠에 고정하려면 노트북과 폰에서 Wi-Fi로 바로 뽑히는 게 맞다. 유선 USB만 되는 제품은 위치가 제약된다. 브라더의 iPrint&Scan, HP Smart 같은 앱이 이걸 지원하고, 중급 이상 제품은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 세 가지를 통과하면 선택지가 상당히 좁혀진다. 흑백 레이저 복합기, Wi-Fi 지원, 예산 15만~25만원대. 브라더 DCP 또는 MFC 계열이 이 조건에서 자주 언급된다.

레이저 초기 비용이 더 비싼 건 맞다, 그런데

레이저 프린터의 초기 구매가가 잉크젯보다 높다는 점은 사실이다. 흑백 레이저 복합기가 15만~30만원대인데, 잉크젯 입문형은 6만~10만원에서 시작한다. 숫자만 보면 잉크젯이 유리해 보인다.

그런데 계산이 다르게 흘러가는 지점이 있다. 카트리지 잉크젯은 잉크 한 세트 교체에 3만~5만원이고, 저빈도 사용자는 건조·클리닝 소모로 교체 주기가 짧아진다. 연간 두 번만 교체해도 6만~10만원이 추가로 붙는다. 2~3년 총비용으로 보면 레이저와 비슷해지거나 역전되는 경우가 생긴다.

흑백 레이저 토너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2,000~3,000장 출력이 가능한 용량이 보편적이다. 월 20장 사용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수년 치지만, 실제로는 드럼 수명이나 소량 인쇄 시 토너 고착 등의 변수가 있어 그보다 짧아진다. 그래도 관리 부담과 교체 빈도 면에서 레이저가 편한 건 변하지 않는다.

페이지당 인쇄 단가로 보면 흑백 잉크젯이 장당 약 70원, 레이저 흑백이 약 5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빈도가 높을수록 이 차이가 연간 수십만 원으로 벌어지고, 빈도가 낮으면 단가 자체보다 잉크 건조에 따른 클리닝 고정비가 더 큰 변수가 된다.

반대쪽 조건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기까지 따라오면 "그럼 잉크젯은 누가 사야 하는 거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정반대 조건을 나란히 놓으면 선명해진다. 아이 셋인 집에서 매일 학습지·도안·컬러 프린트를 뽑는다면 월 150장 이상이고 컬러가 절반이다. 사진도 가끔 뽑는다. 여기서는 레이저 흑백 복합기로 갔다가는 컬러 수요를 처리하지 못한다.

사진이나 세밀한 컬러 그라데이션은 레이저가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레이저 방식의 열 융착 특성상 그래프·문서에는 강하지만, 색감이 중요한 출력에서는 잉크젯이 유리하다. 이 조건에서 맞는 선택은 무한잉크 잉크젯이다. 캐논 GX 시리즈나 엡손 EcoTank 계열이 이 포지션에서 자주 언급된다. 초기 30만~40만원대를 지불하고 나면, 리필 잉크 비용이 낮아서 자주 쓰는 환경에서는 2~3년 이내에 총비용이 역전된다. 매일 켜니 노즐 건조 걱정도 없다.

결국 같은 "잉크젯 vs 레이저"라는 질문이지만, 앞의 조건과 이 조건은 정반대의 답을 낸다. 방식 결정 이전에 자신이 어느 쪽 상황인지부터 진단해야 비교 자체가 의미 있어진다. 잉크젯 강점인 브랜드(캐논, 엡손)와 레이저 강점인 브랜드(브라더, HP 흑백 라인)가 갈리는 편이라, 방식이 먼저다.

방식 먼저, 후기 검색은 그 다음

앞의 실패에서 되짚을 지점은 방식보다 후기를 먼저 봤다는 것이다. 지인이 무한잉크 잉크젯을 추천하고, 검색해보니 후기가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거기서부터 역으로 "이걸 사야 할 이유"를 찾는 방향으로 흐른다. 월 몇 장 뽑는지는 끝까지 따져보지 않는다.

이 순서 역전이 비용을 만들어낸다. 실제 월 15~20장인데 무한잉크 잉크젯을 산다. 기대했던 절약 효과는 없고, 클리닝 소모로 잉크는 줄어든다. 같은 돈이면 흑백 레이저 복합기를 사서 토너 교체 없이 1년 이상을 버틸 수 있다.

순서를 바꾸면 결론도 달라진다. 한 달에 몇 장 뽑는지, 컬러가 필요한지, 스캔이 필요한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후기를 본다. 월 15~20장에 컬러 소량, 스캔은 자주라는 조건이라면 흑백 레이저 복합기로 수렴한다.

잉크젯이냐 레이저냐는 결론이 아니라 첫 번째 질문이다. 그리고 그 앞에 실제 사용량, 컬러 필요 여부, 스캔 빈도가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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