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PC 견적 짜기 전에 예산 배분 원칙부터 잡아야 실패가 없다

조립 PC 처음 알아보는 분들이 거의 다 겪는 패턴이 있다. 다나와에서 부품 검색하다가 커뮤니티에 견적 올리면 "이 CPU에 이 GPU는 낭비", "라이젠이면 이쪽이 낫지 않나", "메모리 이거 너무 비싸게 샀다" 같은 댓글이 쏟아지고, 정작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준다.
문제는 부품 선택보다 앞에 있다. 내 예산에서 CPU, GPU, 메모리, SSD에 각각 얼마를 쏟아야 하는지, 그 배분 원칙이 없으면 어떤 조합을 봐도 판단이 안 선다. 이 글은 비율표 나열로 끝내지 않는다. 자기 숫자를 직접 대입해서 각 파츠 예산을 확정하는 절차까지 담았다.
용도별로 병목이 다르다는 것, 이게 핵심이다
파츠 배분의 출발점은 하나다. 무슨 용도로 쓸 거냐에 따라 돈을 더 써야 하는 부품이 완전히 다르다.
게이밍은 GPU가 성능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CPU를 달아도 GPU가 따라오지 못하면 프레임이 안 나온다. 반대로 영상편집·3D 렌더링은 CPU 코어수와 RAM 용량이 먼저고, GPU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GPU 가속을 지원할 때만 의미 있다. 사무·웹서핑용이라면 그래픽카드 자체가 필요 없다. 내장 그래픽 CPU로 잡고 남은 예산을 SSD 용량이나 메모리로 돌리는 게 훨씬 현명하다.
예산대별 권장 배분 비율은 아래와 같다. 이 표의 비율이 다음 섹션 워크시트의 입력값이 된다.
| 예산 구간 | 주 용도 | CPU | GPU | 메모리 | SSD | 기타(케이스·파워·쿨러) |
|---|---|---|---|---|---|---|
| 50~70만원 | 사무·웹서핑 | 40~45% | 없음(내장) | 20% | 20% | 15~20% |
| 80~110만원 | FHD 가벼운 게임 | 25~30% | 35~40% | 15% | 10% | 15% |
| 120~160만원 | FHD~QHD 게이밍 | 20~25% | 40~45% | 15% | 10% | 10% |
| 200만원+ | QHD~4K 고사양·편집 | 15~20% | 45~50% | 15% | 10% | 10% |
게이밍 구간으로 올라갈수록 GPU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지는 게 보인다. GPU를 아끼고 CPU를 과하게 올리면 GPU 병목, 반대면 CPU 병목이 생겨 어느 쪽으로 치우쳐도 예산이 낭비된다. 그래서 배분 비율이 먼저고 부품 선택은 그다음이다. 각 항목이 범위로 표시된 경우, 합계 100%가 되도록 구간 안에서 조정하면 된다.
내 예산을 직접 넣어보는 3단계 워크시트
비율을 아는 것과 직접 계산해보는 건 다르다. 아래 절차대로 자기 숫자를 대입하면 다나와 검색창 열기 전에 각 파츠 예산 상한이 확정된다.
Step 1. 총 예산을 확정한다
2026년 8월 기준 DDR5 16GB 가격이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1년 전 같은 제품이 17~18만원 수준이었으니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 생산이 우선되고 일반 D램 공급이 조여들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견적을 참고해서 예산을 잡으면 메모리 항목에서만 20~30만원이 초과될 수 있다. 총 예산을 쓰기 전에 다나와에서 DDR5 현재 시세를 먼저 확인하고 그 값을 반영해 총 예산을 정한다.
내 총 예산: \_\_\_\_\_\_ 만원 (= T)
Step 2. 용도 구간을 고르고 비율을 읽는다
위 표에서 자기 예산과 용도가 겹치는 행을 고른다. GPU 비율의 하한·상한 범위 중 게이밍 비중이 높을수록 상한을 택한다.
내 용도 구간: \_\_\_\_\_\_\_\_
CPU 비율: \_\_\_% / GPU 비율: \_\_\_% (게이밍 외 용도면 0)
메모리 비율: \_\_\_% / SSD 비율: \_\_\_% / 기타 비율: \_\_\_%
Step 3. 각 파츠 예산 상한을 계산한다
계산식: T × 해당 비율 / 100 = 파츠 예산 상한
| 파츠 | 계산식 | 내 파츠 예산 |
|---|---|---|
| CPU | T × CPU 비율 / 100 | \_\_\_\_\_\_ 만원 |
| GPU | T × GPU 비율 / 100 | \_\_\_\_\_\_ 만원 |
| 메모리 | T × 15 / 100 | \_\_\_\_\_\_ 만원 |
| SSD | T × 10 / 100 | \_\_\_\_\_\_ 만원 |
| 기타 | T × 기타 비율 / 100 | \_\_\_\_\_\_ 만원 |
계산 예시 — 100만원 FHD 게이밍 조합
총 예산 T = 100만원, 구간 80~110만원(GPU 35~40%, CPU 25~30%):
- GPU: 100 × 38 / 100 = 38만원 → RTX 5060 8GB(약 48만원 전후)와 비교해 예산 초과 여부 즉시 확인 가능
- CPU: 100 × 28 / 100 = 28만원 → 라이젠 5 7500F(약 18~22만원대)는 예산 하한 안에 들어옴
- 메모리: 100 × 15 / 100 = 15만원
- SSD: 100 × 10 / 100 = 10만원
- 기타(케이스·파워·쿨러): 100 × 15 / 100 = 15만원
합계: 38 + 28 + 15 + 10 + 15 = 106만원. GPU 예산이 살짝 모자라면 CPU 비율을 25%로 낮춰(25만원) GPU 쪽으로 옮기면 된다. 이 조정 자체가 "CPU 병목 없이 GPU를 우선하는 게이밍 원칙"에 부합한다.
이 워크시트의 핵심은 커뮤니티 댓글보다 먼저 자기 상한선을 갖는 것이다. "이 GPU는 낭비"라는 댓글이 달려도, 내 GPU 상한이 38만원으로 이미 확정돼 있으면 흔들릴 이유가 없다.
2026년 8월 기준 예산별 실제 파츠 구성
워크시트 계산 뒤 실제 어떤 부품이 해당 예산대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쓴다. 아래 조합은 다나와·컴퓨존 기준 2026년 7~8월 가격대를 참고한 예시다. 부품 가격은 변동 폭이 크니 구매 전 반드시 최저가를 재확인하길 권한다.
60만원대 사무용
- CPU: AMD 라이젠 5 8500G (내장 라데온 740M 탑재, 약 18~20만원대)
- 그래픽카드: 없음 (내장 그래픽 활용)
- 메모리: DDR5 16GB / SSD: 500GB~1TB NVMe M.2
- 케이스·파워·쿨러 포함 60만원대 구성 가능
문서 작업, 유튜브 시청, 화상회의 용도라면 8500G 내장 그래픽으로 충분하다. 그래픽카드 예산을 아낀 만큼 SSD 용량을 키우거나 메모리를 32GB로 올리면 체감 만족도가 확 달라진다.
100~120만원대 FHD 게이밍
- CPU: AMD 라이젠 5 7500F (6코어 12스레드, 약 18~22만원대)
- 그래픽카드: RTX 5060 8GB (약 48만원 전후)
- 메모리: DDR5 16GB / SSD: 1TB NVMe M.2
- 케이스·파워·쿨러 포함 100~120만원대
7500F는 내장 그래픽이 없어 GPU 없이는 부팅 자체가 안 되지만, 그만큼 가격이 낮아서 게이밍 조합의 가성비 CPU로 꼽힌다. RTX 5060과 묶으면 FHD 해상도 온라인 게임을 부드럽게 돌릴 수 있다. 단, 7500F를 선택했다면 메인보드 설치 전에 GPU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GPU 없이 CPU만 꽂으면 화면 자체가 안 나온다.
140~160만원대 QHD 게이밍
- CPU: AMD 라이젠 5 9600X (6코어 12스레드, 약 31만원대)
- 그래픽카드: RTX 5060 Ti 8GB (약 68만원 전후)
- 메모리: DDR5 16GB / SSD: 1TB NVMe M.2
- 케이스·파워·쿨러 포함 140~160만원대
9600X는 7500F 대비 단가가 높지만 멀티스레드 성능이 한 단계 올라가고, AM5 소켓이라 향후 CPU 업그레이드 여지가 넓다. RTX 5060 Ti와의 조합이면 QHD 해상도 게이밍이 실용권에 들어온다.
조립이 완성형보다 얼마나 이득인가
"조립이 무조건 싸다"는 말은 반만 맞다. 예산 구간마다 구도가 다르다.
삼성·LG·레노버 같은 완성형 브랜드 PC는 대량 생산으로 부품을 원가에 가깝게 공급받는다. 보급형 구간(70만원 이하)에서는 오히려 완성형 PC의 가성비가 조립과 비슷하거나 낫기도 하다. 통합 A/S까지 감안하면 이 구간에서 조립의 메리트가 크지 않다.
반면 150만원을 넘으면 구도가 바뀐다. 고성능 GPU와 CPU를 묶은 완성형 PC에는 제조사 이윤, 마케팅비, 물류비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동일 스펙 기준 비교 시 조립이 10~30% 저렴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고, 200만원 이상 하이엔드 구간에서는 30만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 예산 구간 | 조립 vs 완성형 선택 기준 |
|---|---|
| ~70만원 | 완성형도 경쟁력 있음. A/S 편의 중요하면 완성형 추천 |
| 100~140만원 | 조립이 소폭 유리, 차이는 크지 않음 |
| 150만원 이상 | 조립이 10~30% 저렴. 업그레이드 계획 있으면 조립 명확히 우세 |
| 200만원 이상 | 조립이 30만원 이상 저렴할 가능성 높음 |
완성형의 강점은 원박스 A/S, 호환성 보증, 초기 설정 불필요다. 이게 중요하면 완성형이 맞다. 조립의 강점은 가격 절감, 파츠 선택 자유도, 부품 단위 업그레이드다. 어느 쪽이 낫냐보다는, 내가 뭘 더 중요하게 보느냐의 문제다.
기타 항목을 아끼면 생기는 일 🔌
워크시트 계산 뒤 "기타(케이스·파워·쿨러)"가 10~15%밖에 안 된다는 걸 보고 여기서 더 줄이려는 경우가 있다. 이게 조립 첫 경험자가 가장 많이 후회하는 지점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GPU TDP의 1.5~2배 여유가 있어야 안전하고, 80PLUS Bronze 이상 인증 제품이 기본이다. 이 기준을 맞추다 보면 고사양 GPU 탑재 조합에서 파워 단품 가격이 10~15만원을 금방 넘긴다. 총 예산의 10~15%를 기타 항목에 잡아두는 이유가 이것이다. 여기서 극단적으로 아끼다가 고사양 GPU 탑재 후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거나 전원이 자꾸 끊기는 경우가 생긴다.
메인보드 선택 시에도 CPU 소켓(AM5/LGA1700)과 지원 메모리 세대(DDR4/DDR5)를 반드시 맞춰야 한다. 소켓이 맞아도 메모리 세대가 다르면 꽂히지 않는다. 퀘이사존 견적 게시판에도 이 문제로 재구매하는 후기가 꾸준히 올라온다.
조립 PC 견적은 부품 이름이 먼저가 아니라 배분 원칙이 먼저다. 워크시트 3단계로 자기 파츠 예산 상한을 확정해두고 나서 다나와 검색창을 열면, 어떤 커뮤니티 댓글에도 흔들릴 이유가 없다.
참고자료
- 다나와 조립PC 가격비교 (prod.danawa.com)
- 퀘이사존 PC 조립·견적 게시판 (quasar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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